판의 미로 -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El Laberinto Del Fauno, Pan's Labyrinth, 2006
개봉 : 2006년 11월 30일
장르 : 판타지, 드라마
감독 : 기예르모 델 토로
출연 : 이바나 바쿠에로(오필리아), 더그 존스(판) 등
러닝타임 : 119분
연령 : 15세 관람가
개인적 평점
4.5/5.0
* 스포일러 및 결말, 주관적 견해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주 먼 옛날, 거짓도 고통도 없는 지하 왕국이 있었다. 그곳에 인간 세상을 동경하는 공주가 살았고 푸른 하늘 산들바람과 따스한 햇살을 꿈꿨다. 그러던 어느 날, 공주는 시중들을 따돌리고 지상으로 도망쳤다. 그러나 지상으로 나오자 눈부신 햇빛에 눈이 멀고 모든 기억을 잃었다.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조차 잃어버린 채 추위와 질병의 고통 속에서 결국 죽음을 맞았다. 그러나 공주의 아버지인 왕은 다른 모습이라도 언젠가는 공주가 돌아오리라 믿고 있었다. 왕은 죽는 날까지 공주를 기다릴 것이다. 세상이 끝난다고 해도..
배경은 1944년 스페인 내전입니다. 내전은 끝났지만 파시스트(국수주의) 정권에 저항하는 시민군과 정부군이 대립하고 있습니다.
임신 중인 오필리아의 엄마 '카르멘'은 새 남편인 비달 대위의 거처로 갑니다.
오필리아는 새아버지를 반갑게 여기지 않습니다.
숲 속 거처에서 미로를 찾은 오필리아.
하지만 비달 대위의 하녀인 메르세데스로 인해 곧 돌아가게 됩니다. 비록 하녀 신세이지만, 메르세데스는 시민군의 정보원입니다. 그녀는 오필리아의 또 다른 엄마처럼 아이를 정성스레 보살펴줍니다.
그에 비하여 무고한 농민들을 잡아들여 잔인하게 죽이는 비달 대위.
모두가 잠든 밤, 오필리아는 요정의 안내로 처음 보았던 미로에 들어가게 됩니다.
미로를 가로질러 나타난 지하 공간에 들어가니 '판'이라는 요정이 등장합니다. 그는 자신을 '산과 숲과 땅'이라고 설명하며, 오필리아가 지하 왕국의 공주 '모아나'임을 알립니다. 그는 보름달이 뜨기 전 세 가지 임무를 완수하면 무사히 공주의 신분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하며, 미래를 볼 수 있는 '선택의 책'을 그녀에게 건넵니다.
처음에는 '판'을 경계했지만, 추후 오필리아는 자신이 공주임을 수긍하였고 임무를 수행하고자 합니다.
오필리아가 임무를 수행하러 떠날 무렵, 정부군에서는 시민군의 흔적을 찾는 등 긴장된 갈등 상황이 나타납니다.
첫 번째 임무는 목화 나무에 기생하여 살고 있는 두꺼비에게 무화과 열매 세 개를 먹이고 열쇠를 토해내도록 하는 것입니다. 오필리아는 무사히 기지를 발휘하여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겉으로는 자신의 아내를 깍듯이 여기는 것처럼 보였으나, 곧 태어날 자신의 '아이'에게만 관심이 있었던 비달 대위. 아이와 산모 중 아이를 최우선으로 여기라는 말을 남기기도 합니다. 그는 이기적이고 폭력적이며, 독재적이었습니다.
오필리아의 두 번째 임무. 진수성찬이 놓여있어도 음식을 먹지 않고, 페일맨(아이를 잡아먹는 괴물)의 방에서 칼을 가져오는 것입니다.
오필리아는 무사히 임무를 수행하는 듯했으나, 요정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포도 두 알을 먹고 맙니다.
이로 인해 괴물이 깨어납니다. 괴물은 무자비하게 오필리아를 지키려던 요정을 뜯어먹습니다. 급박한 추격전이 발생하였지만, 겨우 겨우 상황에서 벗어납니다.
정부군과 시민군 사이의 내전. 정부군이 승리하였고 인질을 잡아두기도 합니다. 정보원인 메르세데스는 이러한 상황을 안타까워합니다. 대위는 내부에 첩자가 있음을 알아차립니다.
만삭의 카르멘은 상태가 안 좋아졌고, 결국 죽음에 이릅니다.
대위에게 꼬리가 밟혀 정보원이라는 것이 탄로 난 메르세데스. 그녀는 도망치지만 곧 잡히고 맙니다.
그러나 평소에 최악을 대비해뒀던 덕에, 날붙이로 밧줄을 끊고, 대위를 찌르며 도망칩니다. 그러나 또다시 궁지에 몰리는 메르세데스.
그러나 숲에 숨어 있었던 시민군의 도움으로 상황은 완전히 뒤바뀌었습니다. 시민군 덕분에 목숨을 부지하게 된 메르세데스.
그 시각, '판'은 오필리아에게 마지막 임무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조건은 갓 태어난 카르멘과 대위의 아이를 데리고 미로로 가는 것입니다.
오필리아는 대위가 자주 마시는 술에 수면약을 치사량을 넣어 아이를 데려가는 것에 성공합니다.
그러나 실낱같은 정신력으로 오필리아의 뒤를 쫓는 대위.
마지막 임무 장소에 도착한 오필리아. 판은 그녀에게 지하 세계의 문을 열기 위해서는 순수한 피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즉, 갓 태어난 동생의 희생이 요구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동생을 지키고 싶었던 오필리아. 그녀는 하지 않겠다고 전합니다.
그녀가 망설이고 있을 때 뒤를 바짝 쫓은 대위. 그는 오필리아를 쏜 후 아이를 데려갑니다.
그러나, 미로 밖에는 시민군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대위는 시민군에게 총을 맞고 최후를 맞이합니다.
곧바로 시민군이 오필리아를 구하러 가지만, 이미 다량의 피를 흘리고 있는 오필리아.
고여 있는 물 웅덩이. 반사되어 비치는 보름달 사이로 '순수한 피'가 섞이고 있습니다.
현실과 다르게 고풍스럽고 말끔한 차림으로 '지하 왕국'에 도착한 오필리아. 판을 비롯한 왕, 왕비, 백성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주검이 된 오필리아.
그렇게 공주는 지하 왕국으로 돌아갔고, 정의와 온화함으로 평화롭게 왕국을 다스리니 온 백성이 그녀를 사랑했다. 그녀가 지상에 남긴 작은 흔적들은 소중한 것을 아는 사람에게만 보인다고 한다.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본 영화는 '내전'이라는 요소에 따라 관점이 세 갈래로 나뉜다고 생각합니다.
오필리아의 관점 | 시민군의 관점 | 정부군의 관점
영화는 오필리아가 세 가지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판타지 요소가 3/5, 현실적인 요소가 2/5 정도의 비중을 차지합니다. 필자는 오필리아의 관점에서, 친아버지와 어머니를 여의고 전쟁의 비극적인 상황을 맞닥뜨려야 하는 현실의 압박감이 아이에게 동화적인 모습으로(요정 등이 보이는 현상) 나타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불안정한 현실보다 미지의 세계에 의지하는 것으로 보아 현실의 비극적인 모습이 더욱 부각되는 것 같습니다. 그녀는 임무를 수행하면서 무서운 괴물들과 마주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자신이 지하 왕국의 '공주'라는 사실을 굳게 믿으며 그것에 몰입하기 때문입니다.
본 영화의 관람객 적정 연령은 '15세 관람가'입니다. 따라서 고문받는 장면이 적나라하게 묘사되지는 않지만, 일부 장면에서 직접적으로 나타나는 구간이 있습니다. 총알이 대위의 얼굴을 뚫는 장면이나, 대위의 입이 찢기는 장면, 대위가 병으로 무고한 농민의 얼굴을 무자비하게 찧어 죽이는 장면 등이 그에 해당합니다. 왜 영화가 '어른을 위한 잔혹동화'라고 소개되는지 알 수 있었던 부분입니다. 또한, 오필리아의 임무 수행에는 총 세 가지 관문이 있는데, 그중 '두 번째 관문'이 굉장히 괴이했습니다. 손에 눈알을 집어넣어 눈을 대신하는 페일맨의 현상이나 움직임이 굉장히 기괴합니다. 특히 페일맨이 요정을 쥐어뜯어먹는 장면은 충격적입니다. 비주얼적으로나, 행동적으로나 그저 충격으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영화는 시민군의 승리와 오필리아의 죽음으로 막을 내립니다. 현실적으로 생각한다면 많은 인물들의 희생과 죽음이 있었기에 해피엔딩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영화 속 오필리아가 지하 왕국의 공주가 되었다는 또 다른 이야기가 존재하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했을 때 영화의 비극성이 더욱 부각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영화 첫 부분에 피를 흘린 채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쓰러져 있던 오필리아의 모습이 영화의 끝 부분에 동일하게 나타남으로써 여운이 길게 남습니다.
이런 분께 추천해요
판타지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
어른의 동화가 보고 싶으신 분
열린 결말을 좋아하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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